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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드 알고리즘이 만드는 ‘나의 세계’

by samny 2025. 11. 1.

보이지 않는 코드가 우리의 생각을 설계한다. 오늘은 알고리즘에 대해서 글을 써보겠습니다. 

피드 알고리즘이 만드는 ‘나의 세계’
피드 알고리즘이 만드는 ‘나의 세계’

 

알고리즘은 어떻게 우리의 시야를 결정하는가

SNS를 켜면, 나에게 꼭 맞는 글과 영상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내가 한 번 클릭했던 주제, 좋아요를 눌렀던 게시물, 머무른 시간까지 모두 기록되어
다음 콘텐츠의 선택 기준이 된다.
이 과정은 마치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맞춤 서비스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나만의 세계’를 정교하게 좁혀가는 과정이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알고리즘이다.
알고리즘은 방대한 정보 속에서
‘사용자가 좋아할 확률이 높은 것’을 자동으로 추천하는 계산 규칙이다.
문제는 이 규칙이 중립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플랫폼은 사용자가 오래 머물수록 광고 수익이 높아지기 때문에
우리의 관심과 감정을 자극하는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우리는 ‘우리가 보고 싶어 하는 세계’ 안에 갇히게 된다.

미국의 인터넷 활동가 엘리 패리저(Eli Pariser)는 이를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라 불렀다.
그에 따르면, 알고리즘은 우리가 이미 믿고 있는 생각, 이미 선호하는 가치에 부합하는 정보만을 공급한다.
그 결과, 다른 의견이나 낯선 관점을 접할 기회는 줄어든다.
우리가 마주하는 정보의 다양성은 사라지고,
남는 것은 나에게 익숙한 세계뿐이다.
즉, 알고리즘은 우리를 편하게 하지만 동시에 지적으로 게으르게 만든다.

 

‘필터 버블’ 속의 인간 — 확증편향의 덫에 빠지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옳다는 확신을 강화하는 정보를 선호한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라 부른다.
알고리즘은 바로 이 인간의 편향을 극대화한다.
우리가 클릭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비슷한 관점의 정보만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정치적 입장이나 사회 이슈에 대해 한쪽 의견의 영상을 여러 번 시청하면,
플랫폼은 그와 유사한 영상만 추천한다.
반대 의견은 점점 보이지 않는다.
결국, 사용자는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로 둘러싸인 공간,
즉 ‘생각의 거울방’ 안에 머물게 된다.
이때 다른 시각은 불편한 잡음으로 느껴지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은 틀린 사람처럼 인식된다.

이 현상은 개인의 인식 구조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대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공공의 토론장이 사라지고, 각자의 정보 세계가 분리되면서
서로 다른 현실을 사는 집단이 형성된다.
예를 들어, 같은 사건을 두고도
A 그룹은 “정의가 실현됐다”고 느끼는 반면,
B 그룹은 “부당한 결정이다”라고 확신한다.
이때 두 그룹은 서로의 논리를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그들의 세계에서는 각자 다른 진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뉴스 포털 등 대부분의 플랫폼은
‘사용자 유지 시간’을 중심으로 작동한다.
즉, 우리가 오래 머무는 콘텐츠일수록
알고리즘은 그 방향으로 더 많은 데이터를 쏟는다.
결국 사용자는 점점 더 강렬한 자극과 분명한 입장을 가진 콘텐츠에 노출된다.
이 과정에서 세계는 단순해지고, 흑백논리로 분할된다.
복잡한 현실을 이해할 여지는 점점 사라진다.

 

알고리즘의 시대, 스스로 세계를 넓히는 법

우리는 이제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환경 속에서 어떻게 하면 ‘생각하는 주체’로 남을 수 있을까?
알고리즘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지만,
그 영향력을 의식적으로 조절하는 방법은 있다.

첫 번째는 의도적인 탐색이다.
플랫폼이 추천하는 콘텐츠만 소비하지 말고,
스스로 주제를 설정해 정보를 찾아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예를 들어, 특정 이슈에 대해 찬성과 반대의 논거를 모두 검색해보거나,
자주 방문하지 않는 매체의 기사를 의도적으로 읽어보는 것이다.
이 작은 노력이 사고의 폭을 넓히는 시작점이 된다.

두 번째는 정보의 출처를 분산시키는 것이다.
하나의 플랫폼이나 미디어에만 의존할수록
그 알고리즘의 영향력은 커진다.
국내 뉴스뿐 아니라 해외 언론, 학술 자료, 팟캐스트 등
다양한 경로에서 정보를 얻는 습관을 갖자.
정보의 다원화는 자동화된 편향을 완화한다.

세 번째는 디지털 휴식이다.
끊임없이 스크롤하는 대신, 일정 시간을 ‘비추천 상태’로 만들어보자.
산책, 독서, 대화 같은 아날로그 활동을 통해
뇌가 스스로 생각할 여백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
알고리즘은 우리의 관심을 수집하지만,
사유는 언제나 고요한 순간에서 탄생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의심의 태도다.
우리가 보고 듣는 모든 정보는
누군가의 의도와 기술적 판단을 거쳐 전달된 결과물이다.
따라서 어떤 내용이든 “왜 이게 나에게 보이는가?”를 한 번쯤 생각해야 한다.
그 질문 하나가 필터 버블을 깨뜨리는 시작이다.

 

맺음말 — 알고리즘의 바깥에서 생각하기

알고리즘은 편리함을 주지만, 동시에 우리의 인식 세계를 설계한다.
우리가 무엇을 믿고, 무엇을 분노하며,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 모든 데이터는 플랫폼의 코드 속에서 조정된다.
그 결과, 우리는 더 많은 정보를 얻지만
더 좁은 세상을 보게 된다.

그러나 이 구조는 절대적인 감옥이 아니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거리두기를 선택한다면,
알고리즘은 단지 도구일 뿐이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사용하는 우리의 태도에 있다.

세상을 넓히는 일은 결국 스스로의 선택에서 시작된다.
낯선 정보에 귀 기울이고, 불편한 시각을 받아들이며,
끊임없이 질문하는 태도만이
‘피드 알고리즘이 만든 세계’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